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인생 저런 인생

구슬뫼 2021. 2. 8. 20:40

 새해 들어 가까운 사람이 3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111일에는 동갑내기 친구 정○○, 125일에는 5살 위인  신○○, 24일에는 4살 위인  오○○ 20여 일 사이에 세 사람이 떠난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인 정○○은 시청 과장까지 역임한 전직 공무원으로 농촌 출신이지만 형편이 괜찮은 집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구애됨 없이 자랐고, 고등학교를 서울로 유학하였으며, 결혼도 회사에 다니는 서울 아가씨와 만나 평생을 금슬좋은 부부로 살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적었기에 아등바등 돈을 모으려 하거나 절약하려 노력하지도 않고, 가끔 부부가 승용차에 몸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즐기기도 하는 멋진 삶을 살았다.

슬하에 네 딸을 두었는데 무난하게 자라서 출가하여 모두 잘살고 있고 그중 하나는 아버지처럼 공무원이 되었다.

한편 그는 틈틈이 성경을 정성스럽게 쓰며 기도하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온 가족이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가족이기도 하였다.

퇴직 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취미활동과 운동 등으로 소일하면서 건강관리를 잘하였는데 폐렴에 걸려 일주일 정도 앓다가 코로나 여파로 큰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남긴 채 떠났다.

76세 나이가 떠나기 이른 나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불과 열흘 전까지 친구들과 어울린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하기도 하였다.

 

  ○○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재혼하시는 어머니를 따라 의부(義父)의 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어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미군부대에서 운전요원(민간신분)으로 근무하다가, 화물차운전사를 거쳐 나이가 지긋해지자 개인택시를 운전하면서 본인은 물론 부인과 함께 평생토록 검소와 절약 속에 성실하고 알뜰하게 생활함으로서 마침내 남부럽지 않은 부를 이루며 살았다.

슬하에 13녀를 두었는데, 그들도 부모의 행동을 본받아 모두 반듯하게 자라 나름대로 좋은 배필을 만나 잘들 살고 있으니 상가에 들어오는 조화가 이를 대변해 주는 듯 그 수가 많을 뿐 아니라 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이름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지병으로 당뇨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관리하며 살아왔는데 난데없이 담낭암에 걸려 청천벽력같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부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가까이 사는 딸들과 아들이 노심초사 드나드는가 하면 멀리 독일로 시집간 딸까지 코로나정국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다녀가는 등 자녀들이 효성을 다 했으나 투병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하였다.

 

 ○○은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산림조합 평직원으로 취직하여 상무까지 역임하고 정년퇴직한 전직 봉급생활자로 슬하에 21녀를 두고 살았으나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봉급쟁이들처럼 적은 수입일망정 알뜰하게 살림하였더라면 평범한 가정을 꾸려 말년에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터인데, 낭비벽이 심한 부인은 벌어다 주는 돈을 무계획적으로 마구 쓰는가 하면, 일수놀이를 한답시고 이익은커녕 손해 보는 장사만 하다가 늙어서는 여러 사람에게 빚을 지고는 집을 나가 종적을 감추었다가 10여 년 만에 죽어서 돌아왔다.

가정이 안정되지 못하니 자연 자녀들의 교육 또한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 각자 살림을 꾸린 자녀들이 서로 반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우애롭지 못하였으며 그중 하나는 이혼까지 하여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렇게 가정이 불안정하다 보니 자책하느라 그랬는지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수년 전부터 치매 끼가 찾아와 시름시름 앓았고, 결국은 요양원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비슷한 나이에 갔지만 한 사람은 무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았고, 또 한 사람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으나 자수성가하여 행복한 말년을 보냈으며, 나머지 한 사람은 무계획적인 생활로 불행을 자초한 인생이었으니 세 경우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지난날 내 삶의 행태에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아무튼,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떠나가는 것을 보면 이제 나도 그때가 서서히 다가오는 듯하다. 남은 인생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무난한 인생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인가? (끝)

2021.1.29 옥마봉에서(아내랑 손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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