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진단

무소유가 능사일까?

구슬뫼 2020. 5. 20. 10:48

언젠가 무소유를 주장한 어느 스님의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의 글 중에 지인으로부터 난초를 선물 받아서 갖은 정성을 들여 키웠더니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면서 매년 고상한 꽃을 피워 보는 이들이 모두 칭찬하더라는 내용이 있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난 어느 장마철 난초가 비를 맞도록 밖에 내어 놓고 외출을 하였는데 갑자기 해가 반짝 났다. 스님은 난초가 땡볕에 시들을 생각이 나서 허겁지겁 돌아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난초 잎이 안타깝게 축 늘어져 있었다.

한동안 물을 주고 정성을 들여 보살피니 난초가 다시 전처럼 활기를 되찾았으나 이를 계기로 난초를 키우는 것도 소유요 그것 때문에 자신이 집착하고 있음을 깨닫고 마땅한 지인에게 난초를 주어버렸다고 하며,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난초를 떠나보내면서 섭섭함보다는 비로소 홀가분한 기분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접하면서 평범한 난초 한포기를 키우는 게 과연 소유일까? 그것이 집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난초 한포기도 가꿀 시간이 없게 바쁜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혹시 그게 귀찮아서 (남에게 주어)버렸다면 그것은 무소유를 빙자한 무책임 또는 게으름이 아닐까?

 

무엇인가를 갖고자 하고, 나아가 점점 더 많이 갖고자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한다.

그 소유욕은 집착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사회에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소유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집착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사람이 무소유를 주장하고 그를 실천한다면 다툼이 없는 조용한 사회가 될까, 과연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반대로 세상 자체가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지 의문이 든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 경쟁할 때 정치, 경제, 사회 . . .각 분야에 걸쳐 발전을 하고 학생들도 성적이 올라 후세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쑥쑥 자라지 않겠는가?

지나친 소유욕, 지나친 집착은 큰 문제이지만 적당한 그것들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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