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우가 갑자기 세상을 뜬 지 2달 남짓, 그가 떠난 후 처음 맞는 추석이다.
명절에는 으레 그랬듯이 올해에도 몇몇 형제가
전날 저녁 차례장소인 형님 댁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추석날 차례지내기와 식사가 끝나고 또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막내아우의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누구하나 그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모두들 말을 꺼내기가 불편해 애써 피하는지는 모른다.
그 허망한 이야기를 꺼내 슬픈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나도 나오려는 말을 꾹 참고 말았다.
이 세상에 왔다가 번듯한 일 한 번 못해보고, 돈도 못 벌어보고, 못써보고, 결혼도 못(?)해 가정도 못가저보고,
행복한 삶은 살아보지도 못한 채 어설픈 수도자(修道者)로 살다가 간 막내아우.
제 나름대로는 하늘의 뜻을 깨달았다고 자부하며 소신껏 그 뜻대로 착하게 살다 간 아우였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살다가 힘없이 갔단 말인가?
한 사람의 죽음이 세상을 떠들 썩 하게 할 정도까지야 바라지 않지만
진정으로 슬퍼하는 가족과 아까운사람 죽었다고.
또는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조금은 있어야 할 터인데
그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할 사람이 형제(그 가족포함) 말고 얼마나 되는가?
사람이 없어졌으나 마나 주위에 미동도 없으니
그야말로 구우일모(九牛一毛)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거자일소(去者日疎)란 말이 생각난다. 죽은 사람은 날로 잊어간다는 말이다.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까지도 막내는 옛사람으로 사라져 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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