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응급실 24시

구슬뫼 2019. 3. 15. 14:26

2019.3.8.

  전날 동네의원에서 폐렴진단을 받고 새벽차로 상경하여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갓 9시가 넘었다. 접수를 하고 복잡한 대기실에 기다리면서 수액을 주입하고 피를 뽑고 소변을 받고 엑스레이와 ct까지 찍고서야 겨우 응급실 침대에 들 수 있었다. 그곳에선 가래를 채취해간다.

엑스레이와 ct에 의해 폐렴까지는 확인이 되나 무슨 균에 의한 폐렴인지는 48시간이 지나야 검사결과가 나오며 그래야 그 균에 맞는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다면서 우선 임의로 한 가지 항생제를 투여한단다. 오후 3시경이 되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또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하니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담당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준다. 그러나 입원실이 없어 그대로 응급실 침대에 있어야 했다.

외과 환자나 소화기 등 다른 계통의 환자들은 입원실로 잘도 가는데 호흡기환자 병동은 입원실이 나지 않아(미세먼지 때문에 호홉기 환자가 많은 것 같다) 계속 기다려야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환자들의 신음소리, 또 간호사들은 왜 그렇게 통통거리며 달려 다니는지?

그 어수선한 소란 속에서 간간히 나오는 기침·가래와 싸우며 잠을 설치고 날이 밝았다.

 

2019.3.9.

  몸 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빨리 응급실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입원실이 없다.

젊은 여의사가 와서 응급실은 24시간을 초과하여 있을 수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전원 해야 되는 데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한다. 그러나 집 가까운 곳에는 그럴만한 병원이 없다. 조금 지켜보자며 돌아간 후 오후가 되자 담담의사가 왔다. 몸 상태를 묻고 청진기로 진단한 후 예약을 해 놓을 테니 3일분 약을 가지고 집에 가 쉬다가 오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입원을 못한다면 응급실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의사말대로 집에 돌아왔다.

 

2019.3.13.

  3일간 약을 먹으며 쉬니 몸이 상당히 좋은 상태로 회복되어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 설명이 이번 폐렴은 헤모필로스 인프렌자(haemophilus influenzae)라는 균에 의한 병이라고 한다. 이 균은 병이 나아도 2주 이상 약을 써야 완전히 소멸된다며 약을 더 먹고 2주 후에 다시 보자고 예약을 해주었다.

아파서 누우면 늘 그랬듯이 자신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노심초사하며 간호하고 퇴원할 때 집에까지 오가며 수고해준 아들과 딸에게 고마운 말을 전한다. 또한 음으로 양으로 신경써주신 형님과 아우들에게 감사한다.


'일반적인 이야기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나무이야기  (0) 2020.07.20
학력때문에  (0) 2019.07.25
28년전 사진  (0) 2018.09.29
숲속의 피서  (0) 2018.08.06
철쭉꽃과 산유화  (0) 2018.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