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불효자의 넋두리

불안과 걱정으로 보낸 만우절

구슬뫼 2016. 4. 3. 19:55

서울 사시는 어머니가 어제저녁 계단에서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다쳐

경희의료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아침 일찍 서둘러 상경하는 길이다.

지난 2002년 머릿속에 피가 조금씩 새어 수술을 받은 일이 있고

2011년에도 똑같은 증상으로 또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엔 머리를 다쳐서 ct를 찍어보니 머릿속 2군데에 경미한 출혈이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이번에 혹시 돌아가시는 것은 아닐까?

97세이시니까 그리되어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돌아가신다면 장례식 등 사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내가 너무 앞서가는 생각이 아닐까?

이렇게 앞서가는 생각이 불효일까,

아니 냉정하게 생각하여 어머니께서 오래 사시는 게 어머니 당신의 행복일까?

병원으로 가는 3시간 내내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11:30 중환자실에서 어머니를 뵙는데 춥다 하시어 시트카바를 넓게 하여 발까지 덮어드렸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14:30 일반병실로 옮기는데 움직이는 동안 아픔을 호소하시고

병실에 안착해서도 팔다리를 건드리기만 하면 몹시 아파하신다.

담당의사면담을 요청하자 ct찍은 화면을 모니터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다.

출혈이 계속 될지 며칠 두고 봐서 수술 여부는 판단해야 하며,

척추나 기타 뼈에도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통증도 며칠 두고 본 후 이상이 없으면

괜찮을 것이란 설명을 듣고 한숨을 돌렸다.

 

한편 아내가 요즈음 몸살과 기관지염이 겹쳐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는 중인데

오늘 아침 평소보다 더 나빠진 것을 보고 상경하였다.

11시경에 2번 전화해도 받지않고 문자를 보내도 아무 답이 없다. 13시에 다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너무 아파 전화를 못 받는 상황일까?

불안하여 평소에 아내와 매일 통화하는 아내의 친구에게, 또 아들과 딸에게 전화를 해봤으나 아무도 오늘은 통화하지 않았단다.

아내가 다니는 병원에 전화를 해봤으나 오늘은 오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10km 거리에 사는 처제에게 전화를 하여 한번 가보라고 하니

2시간 후에나 시간이 난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누워계시는데 아내까지 연락이 안 되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14:40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전화기를 차에 둔 채 깜빡하고 다른 일을 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후유 . .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왔다.

 

어머니는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하고,

아내도 아무 이상이 없다지,

고향으로 내려오는 기분은 조금은 나아졌다.

오늘은 간단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웃고 즐긴다는 萬愚節인데

나는 滿憂節로 하루를 보낸 셈이다


                                                       (2016.4.1)





                                                                         복수초꽃에 앉은 꿀벌

(2016.3.19성주산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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