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하비’ 외손녀가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란 말이 어려워 하비라고 하더니 이제 제대로 발음 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은 할아버지라고 하면서 나를 부를 땐 어김없이 하비라고 한다. 하비는 하온이가 붙여준 나의 고유명사인 셈이다.
70이 다 되어 얻은 첫 손녀, 이제 두 돌도 못된 놈이 말을 어찌나 잘 하는지 전화로 “하비∼보고 싶어요, 사당해요. 할머니 바꿔주데요 할머니 김치 맛 있더요”(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할머니 바꿔주세요, 할머니가 보낸 김치 맛있어요.)라는 등 앙증맞게 쫑알쫑알 거리면 우리부부는 그 귀여운 목소리에 껌뻑 간다.
엊그제는 몇 개월 만에 그 녀석을 만나러 갔는데 부쩍 자란 모습으로 동물이름 알아맞히기, 그림 그리기 등 갈고 닦은 실력(?)들을 마음껏 발휘하고, 소꿉놀이와 병원놀이, 전화놀이를 함께 하자며 우리부부를 즐거움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더니 끝막음은 노래와 춤으로 장식하고 마지막으로 껴안고 볼을 부비며 “하비 사당해요” “할머니 사당해요”하면서 행복감을 선사했다.
‘세상에 아내자랑은 팔불출, 자식자랑은 온 불출’이라는 말이 있는데 손녀자랑은 특 불출이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걸 어쩌랴? 나이 지긋한 친구들이 손자손녀가 그렇게 예쁘다고 하던 말들이 새삼 이해가 된다.
올 3월에는 작년에 결혼한 아들·며느리가 손자를 안겨줄 예정이란다. 나를 하비라 부르는 하온이와 새로 태어날 손자, 젊었을 때 삶에 얽매이고 또 어른들 눈치 보느라 자식사랑도 제대로 못했으니 이제 늘그막에 그 녀석들 사랑에 푹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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