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기행문

팔순여행기(Bali)

구슬뫼 2025. 4. 15. 09:48

무리한 팔순여행

 


 때: 2025.3.31.4.9
 여행지: 발리(BALI)
 여정: 대천인천공항홍콩(1)발리(7)홍콩(1)인천서울(1)대천
 이용항공기: 홍콩항공
 인원: 8

 

1일차(2025.3.31.)

새벽 4:10분 대천에서 인천공항 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홍성과 내포신도시만 서고 3시간 3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아들네 가족 4명과 만나 10:10분 출발하는 홍콩항공기에 올랐으나 한 시간 정도 늦게 출발한다.

홍콩도 역시 중국이라서 만만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말대로 딤섬이라는 음식을 먹고자 유명하다는 원딤섬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간판을 보니 『一點心 』 , 음식은 야채만두, 고기만두 등 여러 종류 만두를 몇 개씩 주는 것이었다.

평상시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거니까 간단히 하자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이제 보니 점심도 중국말에서 유래된 거였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 후에는 어린 손주들을 위해 물레방아처럼 공중을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도 타보고

유람선을 타고 앞바다를 한 바퀴 돌며 홍콩부두 높은 빌딩들에서 쏟아지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을 감상하기도 하였으나 어깨통증이 심한 나는 정신이 없어 보는 둥 마는 둥 해서 나중에 생각하니 기억조차 희미했다.

 

라마다침사추이Ramada Hong Kong Grand Tsim Shim Tsui)라는 호텔에 들었다.

4성 급이라나 5성 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비좁고, 썰렁하고, 화장실 비데는 구경도 못한 구형(?), 비치한 1회용 칫솔도 저질이다. “에이 쯧쯧.. 하룻밤이니 그냥 묵어가자.”

말로만 들었던 홍콩, 일찍이 서방문물이 들어와 문명의 꽃을 피웠으나 1997년 관할권 변경으로 엄청난 소요를 겪었던 이 곳,

아직도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진통 중인가?

 

2일차(2025.4.1.)

오전 6:30분 일어나 호텔주변을 거닐다가 아침을 먹고자 어느 식당을 가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안에 중년여인이 앉아 무슨 일을 하고 있어 문을 열어 달라 했으나 아직 7시가 안되었다고 손짓을 하고는 자기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시계를 보니 2분 전이었다.

아니, 장사꾼이 이럴 수가? 8명의 대가족이 왔는데, 더구나 두 돌배기 애기까지 있는데,

문화가 틀린 것인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홍콩에서의 첫인상은 이래저래 별로인 채 발리로 이동했다. 비행시간은 어제 인천에서 올 때는 3시간 30분정도 걸렸는데 홍콩에서 발리까지는 4시간 30분정도 걸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발리

 

발리에서 첫 번째 만난 숙소는 사바나우붓(Sabana Ubud)이라는 전원형 풀빌라이다.

짐을 풀고 정리하는 동안에 손주들 셋은 재잘거리며 풀장에서 물놀이에 푹 빠졌다.

아내도 두 돌배기 손자 녀석을 챙기느라 풀 속에서 함께 놀아주고 있다.

객실도 좋고 물놀이에 좋은 풀(pool)과 선베드도 좋고 식사도 룸서비스를 사먹을 수 있다.

저녁은 숙소에서 시켜 먹었으나 어깨통증이 심해져서인지 짜고 맛이 없다.

 

3일차(2025.4.2.)

 

아침부터 가족들은 풀장을 들락거리며 재미있게 수영을 하고 물놀이에 푹 빠졌는데 나는 통증이 심해 같이하지 못하고 누웠다 일어났다, 들락거리고 서성이기를 반복하며 가족들이 노는 광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느지막하게 아침밥을 숙소에서 시켜먹고 가족들은 근처에 있는 왕궁유적을 보러 나갔으나 나는 통증 때문에 홀로 숙소에서 쉬어야 했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를 중얼거리며 . . .한심했다.

나를 떼어 놓고 구경나간 가족들의 심정은 또 어떨까?

서너 시간이 지나자 가족들이 돌아와 같이 식사장소로 갔다. 점심 겸 저녁으로 현지 식을 푸짐하게 시켰으나 나는 입맛이 떨어졌는지 별 맛이 없다.

9시에 작은 광장에서 무슨 공연을 한다니 보자고 한다. 하루 종일 쉬었더니 몸 상태도 조금 나아졌기에 그러마고 기다리려니 딸이 공연까지 30분정도 남았으니 바로 옆에 있는 왕궁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왕궁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왕궁이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너무 작았다.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작은 나라의 왕궁이어서 그럴까?

공연은 북과 쇠 소리 나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20명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10여명 무희들 손가락틀기 춤에 이어 커다란 황소(?)인지 하는 동물모형(두 명이 들어감)도 등장하고 장군 분장, 서민분장, 원숭이분장 등 여러 배우들이 어울려 공연을 열심히 하였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내용을 짐작도 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거리에서 조그만 여자아이가 손가락 춤을 열심히 추는 것을 보고 저 아이는 손가락 춤의 신동이로 군중얼거렸고 다음날 한적한 곳에서 남자아이들이 쇠붙이를 땅땅치면서 공연장 장단소리를 흉내내며 노는 광경을 보았다.

 

공연에 앞서 민속춤
공연하는 배우들

4일차(2025.4.3.)

어깨통증이 지속되었다.

가족들은 원숭이를 구경하고자 근처 공원으로 가고 나만 홀로 숙소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점심은 그리스식 음식을 하는 식당을 찾아 갔으나 역시 입맛을 잃은 나에겐 별로였다.

식후에 다음 숙소로 이동하였다.

발리에서 두 번째 숙소는 우븟 셉타빌라(Septa villa Ubut)라는 아담한 단독 풀빌라다.

자녀들이 팔순연(八旬宴)행사를 준비해 축하해 주었다.

아들, , 며느리, 손주들 모두 고맙다.” 그리고 한평생 같이하며 고생하는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오.”

 

팔순연
빌라에 따린 풀(P00L)

5일차(2025.4.4.)

어깨통증은 지속되었으나 오늘은 관광에 참여하고 싶다.

뜨갈랑랑이라는 다랭이 논 관광지를 찾았다. 아슬아슬한 계곡을 이용해 다랭이 논을 만들고 그네와 공중자전거, 포토존 등 탈것, 이용시설 및 편익시설들을 갖추고 관광객들을 끌고 있다.

다음에는 띠르타 엠풀사원에 갔다사롱이라고 하는 넓은 천을 한 장씩 빌려주는데 치마처럼 둘러야 사원을 입장할 수 있단다.

그걸 두르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다보니 신수(神水)가 나오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웃통을 벗은 채 들어가 신수로 몸을 닦으면서 복을 빌고 있었다.

 

6일차(2025.4.5.)

발리에서 세 번째로 옮긴 숙소는 동부 해안지역인 사누루(Sanur)에 있는 세카라빌리지호텔(Segara Village Hotell)로 규모가 매우 큰 마을 형 숙소이다. 수십 동의 방갈로 형 숙소와 주변 산책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곳의 풀(pool), 대규모 뷔페식 식당, 바다로 이어진 선베드와 비치패라솔, 해안가 산책로 . . .짐을 풀고 탁 트인 바닷가 길을 걷다가 아이콘 밸리라는 대형 쇼핑몰을 구경하고 돌아와 뷔페식 식사를 했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과로(?)에 어깨통증도 더하고 목소리까지 변해버렸다.

피로가 풀리고 건강에 도움이 될까싶어 아내와 둘이 전신 맛사지를 받았다.

 

호텔에 인접한 바닷가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

7일차(2025.4.6.)

아침해맞이를 위해 일찍 일어났다. 바다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본다. 내 양력생일이 46, 그러니까 오늘이 79회 생일이고, 이제 8순에 접어드는데 건강이상으로 여행도 즐기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있으니 어찌하나?

바닷길을 따라 아내와 아들과 셋이서 산책을 하였으나 나는 적당한 선에서 천천히 되돌아오니 아내와 아들도 얼마 후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와 아침식사장소로 이동하였다.

어제 맛사지 받은 게 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하니 자녀들이 또 받으라고 적극 권하는 바람에 아내와 나는 또 맛사지를 받았다.

 

8일차(2025.4.7.)

어제와 같이 일찍 해맞이를 한 후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관이라는 뿌뿌탄광장(Medan Pupu tan)을 관광하고자 달려갔으나 공교롭게도 문을 닫은 날이어서 주변에서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대신하려니 아쉬움이 컸다. 뿌뿌탄(Pupu tan)이란 죽을 때까지란 말로 네덜란드와 싸울 때 죽을 때까지 싸운 전사들을 기리는 독립기념관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350년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가 일본이 21개월 점령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다시 네덜란드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였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1945817일 독립을 선언하고, 끈질기게 저항한 끝에 네덜란드와 일본군 패잔병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19491227일 독립과 주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독립기념관 뿌뿌탄

 

9일차(2025.4.8.)

숙소에 묵는 고객들에게 10분씩 무료료 어깨, 또는 발맛사지를 서비스 해준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지 가볼까? 호기심에 아내와 며느리와 셋이서 받아보았다.

이걸 받아보고 전신 맛사지를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작전이 아닌가싶었다.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나와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홍콩에서 2번째 숙소 포포인트퉁청(Four points Sheraton Hong Kong Tung Chung)호텔은 꽤나 고급스럽다. 숙박료가 비싸지도 않았는데 깨끗한 침실, 화장실, 욕실, 탁 트인 전망..

홍콩에서의 첫날 호텔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번 여행의 백미(白眉)랄까?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푹 쉬어야겠다.

 

귀국길(2025.4.9.)

어깨통증을 견디며 장기간여행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늦게까지 꾸물거리다가

공항으로 나가 홍콩항공기에 탑승 3시간 30분을 날라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밤 930분이 훌쩍 넘었고 택시로 서울 아들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아직은 괜찮을 줄 알았지만 여행이 시작되자 아, 이젠 무리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이하 생략)라는 노래도 있는데

팔순이나 된 노인이 어디라고 해외여행을 그것도 열흘씩이나?

어깨가 아팠지만 이미 계획된 내 팔순여행이라서 취소할 수 없어 따라가기로 했던 것.

8명의 대가족이 움직이려니 주관하는 아들과 딸이 힘들 터인데 나까지 부실해 짐을 무겁게 했으니 미안하기 이를 데 없다.

 

발리는 처음 가봤는데 우리나라와 사이가 너무 먼 것 같다.

몇 년 사이 신태용이란 축구감독이 이 나라의 축구실력을 한 단계 올려놨다고는

하지만 거리를 다녀 보면 우리나라가 보이질 않는다. 하루 종일 다녀도 한국산 자동차를 겨우 1∼2대 구경할 수 있을 뿐이고 며칠 다녀 봤어도 한글 간판 1개, 영어로 된 한국음식점(korean restaurant) 간판 1개를 보았을 뿐이다.

 

정보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라는 부족은 한글을 공식글자로 정하여

2008년에 우리나라가 세종학당을 세우고 2011년까지 한글을 가르친바 있어 공식문서에 한글을 사용하고 부족고유의 말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한글을 활용한다는데

이번기회에 그런 곳을 들러봤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지만 우리 여행지와는 너무 떨어져있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했다.

 <사진: 찌아찌아족의 행사장 현판(인터넷에서 따옴) >

  

 

더운 지방이라 그런지 음식 맛이 모두 짜고 맵다.

왜 과일도 맛이 적을까? 망고, 두리안, 바나나, , 이름 모를 과일들 . . .

내가 건강이 나빠져 입맛이 뚝 떨어진 때문일까?

 

여행 중 간단한 팔순연 행사를 준비해 깜짝 이벤트로 놀라게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여행기간 내내, 내 건강 때문에 노심초사 걱정해준 온 가족의 염려와 특히 아내의 정성에 진정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여행 중 말문이 트여 쫑알쫑알 하던 두돌배기 막내손자  '준우'의 앙증맞은 재롱이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