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우리가족이야기

손주와 함께 한 달포

구슬뫼 2020. 10. 1. 11:17

2020.8.13.9.26까지 한 달여를 손주들과 함께 살았다.

 

(피난 온 손주들)

코로나가 창궐하자 비교적 보령은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수원에 사는 딸이 하온이와 서울에사는 준영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피난을 온 것이다.

아홉 살 하온이는 외손녀이고 일곱살 준영이는 친손자다. 이 녀석들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터득하도록 해주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될까?

두 녀석이 똑같이 예쁘지만 자칫 귀여워하는 과정에서 한 녀석에게 더 치우치는 듯 하면 서로 시샘을 할 터이니 앞으로 그런 면에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운동시키기)

보령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도로변, 대천천변 등에 나가 걷기운동을 시키거나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 가서 줄넘기 등 운동을 시켰으나 우리지역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성주산 휴양림인 화장골에 가서 가재잡기를 시작으로 무궁화 수목원, 개화예술공원 등을 구경 다니고,

성주산 구도(舊道), 옥마산 임도1, 옥마산 임도2, 먹방 임도, 백재골 임도, 물탕골 임도 등 사람왕래가 별로 없는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운동도 시키고 메뚜기, 잠자리, 방아개비 등을 잡고 도토리를 주어다 묵을 쑤어 먹는 등 자연체험을 시켰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산행하기 어렵다고 엄살이나 꾀병을 하기도 하였으나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재미가 붙어 저희들이 먼저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산에 가서도 앞장서서 산길을 가는 등 아이들의 체력이 좋아진 것 같아 흐뭇하다.

 

(놀이와 싸우기)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끝말잇기, 책 만들기, 등등 대부분 두 살 누나인 하온이가 놀이를 리드 하지만 준영이는 한자(漢字)를 제법 알아서 한자를 이용한 놀이는 준영이가 리드를 한다.

둘이가 서로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붙어 놀면서도 싸우기는 왜 그렇게 싸우는지?

재미있게 놀다가도 걸핏하면 싸우고 그런가 하면 금방 풀어져 해해거리며 놀고 . . .꼭 옛날 시골에서 병아리 키울 때 서로 모이 먹다, 싸우다를 반복하던 광경을 연상케 한다.

두 살 더 먹은 놈이나 덜 먹은 놈이나 지지 않으려고 하는 짓은 똑 같다이 녀석들 싸우지 않으면 좋으련만...

 

(합작으로 책 만들기)

둘이가 합작으로 책을 만든다고 한다. 책 제목은 파롱이(하온이 장난감)와 회롱이(준영이 장난감)’ 내용은 파롱이와 회롱이가 한자(漢字)공부를 한다는 것,

글과 그림은 하온이가 쓰고 아이디어는 둘이가 공동으로 짜낸다는 것,

지은이는 하준(하온&준영), 도움은 할아버지라고 하여 책속에 들어가는 한자는 할아버지에게 써 달란다. 집에 가기 전에 완성하여 할아버지에게 1, 할머니에게 1부씩 팔고 아빠 엄마에게도 1부씩 팔아야 되겠다며 열심히 썼으나 끝내 책을 완성치 못하고 미완성품을 하온이가 가지고 갔다.

 

(줄넘기)

하온이는 줄넘기 선수다.

준영이가 줄넘기를 못하니까 하온이가 방법을 알려 주는데 유능한 코치처럼 잘도 가르친다.

마침내 준영이가 요령을 터득하여 100여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줄넘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서울에 있는 제 부모에게 보내고 또 영상통화로 직접 줄넘기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하온이 덕분에 준영이도 줄넘기 선수가 되었다.

 

(인성교육)

녀석들의 올바른 생활 습관들이기를 위해 일찍 잠자기, 밥 잘 먹기, 신발 정돈하기, 장난감 정리하기, 밥상에 수저 놓기, 할아버지 할머니 안마 해드리기 등등 착한 일을 하면 칭찬스티커를 붙이고

그 수에 따라 소정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한편 매일 저녁 잠자기 전에 역사이야기, 야사, 이솝우화, 민담, 재치 있는 유머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 하나씩 해주기를 통해 인성교육을 꾀하였다.

 

(조상묘역 참배)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한 조상묘역에 마지막 손질을 할 겸 913일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증조, 고조부모, 5대조부모 산소 등을 설명해주고 함께 절을 올렸다.

참배 후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 가서 바람을 쏘여주려고 무창포를 갔으나 관광객이 어찌나 많은지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독산해변으로 가보니 그곳 역시 주차할 곳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데 이처럼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니 위험하지 않을까?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못내 섭섭해 하는 아이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고모의 헌신)

딸이 조카인 준영이에게 마법한자라는 교육용 만화책 6권을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고, 시계 보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유치원생인데 수학실력이 초등 2학년정도는 된다며 인터넷을 통해 원리셈이란 수학책 6권을 사주는 등 교육적으로 많은 신경을 써 주니 준영이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뿐이 아니라 제 딸인 하온이와 같이 준영이도 매일 목욕시켜주고.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어 반찬을 장만하는 등 최대한으로 보살펴 주었으니 이 녀석이 그 고마움을 알기나 할까

 

(아쉬운 작별)

2020.822일 보령에도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시작으로 918일까지 21명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그들의 동선(動線)이 바로 우리생활주변의 병원, 약국, 마트 등으로 나타나게 되니 우리지역도 더 이상 코로나 안전지역이 못되었다.

그래서 손주들이 사는 서울이나 수원보다 활동범위가 좁은 보령지역이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으냐는 우려 때문에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애들이 웃고 떠들고, 싸워서 울고...시끌벅적하던 손주들과 45일간의 생활이 마침내 끝났다.

난생 처음 길게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생활이 그 애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웠을까? 하온이 준영이 모두 여러 가지를 터득하고 많이 배웠으리라.

아무쪼록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 녀석들과 부대끼면서 어려움도 있었고 신경 쓰는 일도 많았지만 둘이만 사는 적막한 집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는데 이제 또 다시 적막강산으로 돌아가려니 아쉽기만 하다.

끝으로 애들 뒷바라지에 고생한 아내와 특히 헌신적으로 노력한 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끝)

성주산 휴양림인 화장골계곡에서

 

가재잡기

잡은 가재

성주산구도로입구에서

 

장난기가 발동해서

 

무궁화수목원에서

 

한적한 바닷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다

 

개화예술공원중 허브농원에서

 

허브농원 중 액세사리 홍보관

 

먹방골 임도에서

 

임도에서 만난 갓버섯

 

편백나무숲에서

 

정다운 오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