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야기/건강관리

등산길에서 만난 뱀

구슬뫼 2010. 10. 2. 12:51

 요즈음은 뱀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등산을 하려면 한번 정도는 뱀을 볼 수 있었으나 일주일에 두어 번 이상씩 산에 가는데도 올 해엔 한 두 번밖에 보지 못한 것 같다. 먹이사슬인 개구리가 적어서 그런 건지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잡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뱀도 얼마 안가서 멸종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렇게 보기 드물기 때문에 뱀을 만나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감정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 오늘은 뱀을 만났네. 아직 이 산엔 뱀이 살고 있구나.” 하면서 일행들과 함께 구경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뱀은 사람을 물어 해치는 동물이니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을 극구 말려서 기어이 뱀을 살려 보내 곤 한다. 독사나 살모사 등 독이 심한 뱀들이 위험하긴 하지만 사람이 주의만 한다면 물리지 않을 수 있다. 뱀은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르고 밟았거나 가만히 있는 뱀을 건드렸을 때 자기방어수단으로 무는 것이다.

 몇 년 전 뱀 때문에 혼난 일이 있었다. 4명의 친구가 부부 동반하여 8명이 양각산으로 등산을 갔을 때였다. 매바위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삼사당 방면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남자들이 앞장을 서고 부인들은 20-30m 정도 뒤 떨어져 두 어 시간을 올라 정상부근에 이르렀다. 맨 앞에 가던 내가 싸 가지고 간 점심밥을 먹으려고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마침 산꼭대기에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을 발견하고 - 여기가 좋겠군.”하면서 그곳으로 가려는데 길에 기다란(60cm 이상 될 것 같은) 뱀 한마리가 있는 게 아닌가? 약간 희끄무레 한 보호색을 띄는 구렁이 종류의 뱀 같았다.

 나는 뒤 딸아 오는 여자들이 기겁을 할 것 같아 지팡이로 뱀을 꿰어 산 아랫부분으로 휙 던졌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10m 날아가던 뱀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우리 쪽으로 되돌아오는 게 아닌가? 그날은 산 밑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몹시 센 날이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돌풍으로 바뀌면서 뱀을 되돌려 보내는 것이었다. 그 뱀은 우리들의 머리를 지나 뒤에서 따라오던 부인들 머리위로 날아갔다. 하늘에서 기다란 뱀이 이리저리 꿈틀 거리면서 날아오니 여자들은 기겁을 할 수 밖에 . . “아앗” 4명의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미처 피하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길이라서 재빨리 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날아온 뱀은 공교롭게 내 아내의 모자챙과 한쪽 어깨를 툭 치면서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엉겹결에 그 자리에서 뛰어 달아난 아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우리들은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에도 뱀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필요에 따라 지팡이로 꿰어 멀리 던져버리는 경우는 있었는데 그 일이 있은 뒤부터 나는 산에서 절대로 그 행위를 하지 않는다. 뱀을 만나면 도망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길에 동아리를 튼 채 꼼짝 안하는 놈은 달아나도록 쫒고 사람이 지나가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비켜 있는 놈은 그대로 지나쳐버린다. 산에 사는 동물들이 옛날처럼 많았으면 좋겠다. 뱀도 개구리도 산토끼도 자주 보았으면 좋겠다. 뻐꾸기 소리도 꾀꼬리 소리도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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