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각 가정에선 마른 김을 사다가 들기름을 발라가며 구워서 밥반찬으로 먹었다.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솔잎으로 만든 솔로 기름을 찍어 김에 발라 차곡차곡 쌓은 다음 숯불에 한 장씩 슬쩍 슬쩍 구워 내시면 그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꽉 채우고 집밖에까지 흘러나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꼴깍꼴깍 군침을 삼키며 김 굽는 모습을 보다가 찢어진 김 조각을 얻어먹을 때 그 입에 착착 감기던 맛을 생각하면 지금도 스르르 군침이 고인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그렇게들 하였고, 특히 명절 전날이나 큰일(혼인 등)전에는 아낙들이 여럿이 모여 김을 굽기도 하였는데 그 후 언제부턴가 김 가게에서 아예 구운 김을 생산하여 맛김이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하니까 김 굽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젊은 주부들을 시작으로 하나 둘씩 그것을 사다 먹더니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어느 집이나 맛김을 사다먹는 게 일반화 되었다. 요즈음은 마른 김을 사다 구워먹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어쩌다 김 가게에 가서 마른 김을 살려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긴 아파트에 살면서 냄새(아무리 고소하다지만)를 풍기며 김을 굽기도 어려운 일이고, 단독주택에 산다 해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 . . . 부부 맛 벌이다 뭐다 해서 가뜩이나 바쁜데 어디 한가하게 김 구울 시간이 있겠나? 손쉽게 사먹는 게 낫지, 그래서 편리하게 맛김을 사다먹게 되는 것 같다.
보령은 청정 서해바다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맛좋은 김이 생산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일찍부터 김의 가공산업이 발달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전국적으로 맛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되었다. 수십 명의 아줌마들을 고용하여 대대적으로 김을 굽는 큰 규모의 공장으로부터 간단한 기계 서너 대 차려놓고 가족 몇 명이 구워 내는 가내 수공업 형까지 보령관내에는 80여 개소의 김 가공업소가 성업을 이룬다. 그곳에서 구워내는 맛김들은 택배 등을 통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감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에도 적지 않은 양을 수출하고 있다. (참고로 김은 동양 삼국<한국, 일본,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조류지만 미국에도 LA를 비롯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들 맛김은 가정집이나 음식업소에서 일 년 내내 소비하지만 연말연시나 추석, 설 등 명절 때에는 선물용 맛김 주문이 쇄도하여 일꾼을 배로 늘리고 밤낮으로 작업하는 등 업소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값이 싸서 가볍게 선물 할 수 있고,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어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재가공이 필요 없어 즉시 먹을 수 있고, 보관도 비교적 쉬우며 그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그야말로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사시사철 언제나 먹을 수 있고, 고급식단이나 평범한 식단이나 모두 들어가는, 그 대중적인 맛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우리고장 보령,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과 정성이 ‘맛김의 고장’을 이루었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좋은 맛김을 생산하고자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가공업자와 관련 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 “만세보령(萬世保寧)”이란 이름에 걸맞게 더 좋은 맛김을 생산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나아가 일반 시민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명실공이 ‘맛김의 고장’ 그 명성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맛김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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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엔(주)에서 2103.12월 현재 확인, 종료하여 발행한 ‘2014 전화번호부에 오른 보령관내 김가공업소는 다음과 같다.
갓바위식품, 고정상회맛김, 대광수산맛김, 대연맛김, 대우수산, 대유맛김, 대유상회, 대천김, 대천맛김, 대천맛나식품, 대천매일맛김, 대천명품맛김, 대천바다맛김, 대천상회신토맛김, 대천우리수산&김우리상회, 대천으뜸맛김, 대천천일맛김, 대한무역상사, 대흥맛김, 동양수산맛김, 동이식품, 만수식품, 맛있는대천김, 맥반석구이김, 무창포식품, 민희식품, 보령대천맛김, 보령맛김, 보령수산맛김, 보령참맛김, 보령천연식품, 보배수산, 사옹식품, 산들해식품, 삼성맛김, 삼육수산, 새해맛김, 서해명가, 서해수산, 신용맛김, 신진수산맛김, 안관장맛김, 안사돈맥반석구이김, 알찬재래김, 어머니김, 어촌수산식품, 어항상회, 오대양맛김, 우리집김, 운흥상회, 은행맛김/징코맛김, 일조맛김, 자연맛김, 조은수산맛김, 중앙맛김, 지정맛김, 참다온맛김, 창덕맛김식품, 창덕식품, 천하수산, 충남산회, 충남수산&충남상회, 태경맛김, 풍성맛김, 하나맛김, 한내맛김, 한동수산, 한성수산맛김, 한양상회, 해돌박이, 해양수산맛김, 해초원, 해풍맛김, 현대수산맛김, 홍가네맛김, 황가네맛김, 흥부맛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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